사넥도트
Present

지금


죽음
2 Jan, 2024

죽음에 대해 생각한 뒤로부터 지금까지 죽음이 두렵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나’를 인지하고 정체성을 찾는 시기였던 어린 시절 죽음에 대한 공포로 잠 못 이룬적이 많았다. 죽는다는 것은 인간의 끝이며 사고가 멈춘다는 것이고, 더이상 생각의 주체인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 상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마치 화살이 쏘여진 순간부터 궤적에 끝에 다다르기 위해 날아가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끝나기 위해 시작됐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지금 손에 쥐어진 시간을 돌아보게 만들고 그 시간을 어떻게 쓸 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28 Jan, 2024

영화 ‘맨 프롬 어스 Man From Earth’에서는 구석기 시대에 태어나 죽지 않고 현재까지 살아남아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별다른 CG나 회고 장면 없이 대화로만 진행되는 이 영화는 한 대학의 교수였던 주인공이 그 지역을 떠나기 전날 동료 교수들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부터 시작되는데, 처음엔 우스겟소리로 듣던 사람들도 과거에 있던 이야기들을 너무나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전하는 주인공의 말을 믿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은 극중에서 본인이 사랑했던 연인, 가족, 친구들이 생을 마감하고 홀로 살아가는것에 대한 언급을 하는데 이때 처음 죽지 않는다고 계속 행복한 건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다.  

위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노래가 Big Theif의 Change라는 노래다. 처음엔 연주와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듣게 된 노랜데, 한참이나 듣다가 가사에 Death가 들어가는 것을 알아채곤 가사를 훑어봤는데 쓸쓸하기도, 평온하기도 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아래는 가사의 일부이다.

Would you live forever never die, while everything around passes?
Would you smile forever never cry, while everything you know passes?

‘주변의 모든것들이 떠나갈 때 죽지 않고 혼자 살아남을 거야?’, ‘네가 알던 모든게 사라질 때 슬퍼하지 않고 웃기만 할거야?’라는 두 구절만 살펴봐도 죽음의 존재 이유와 삶의 유한함을 수긍하게 한다.

만약 내가 ‘맨 프롬 어스’의 주인공처럼 죽지 않는다면 어떨까? 나는 인류가 이뤄낼 발전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 등이 미래에 밝혀지리라 믿고 최대한 오래 살고 싶어 했다. 거기에는 뭐가 있을까. 우리는 어디에서 왔나. 우리 은하계 저 너머에 다른 생명체는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그들은 우리와 같은가. 이런 류의 호기심은 어릴적부터 나와 함께 살아왔다. 그 미래가 올 때 까지 하염없이 떠돌것이다.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숨기면서. 우습지만 현재로서는 지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인간의 발자취와 눈이 닿지 않는 곳이 없어 언젠가는 그 사실을 들키고 말겠지만 말이다. 그 사이에 내 주변 사람들은 풍경처럼 나를 훑고 지나가겠지. 인간의 수명이 늘어났다곤 하지만 죽지 않는 나에게는 찰나와도 같은 시간처럼 느껴질 것이다. 100년이 1초처럼 지나간다. 그것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죽음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무뎌질 거다. 인류는 태양계를 벗어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외계인은 실존하는지, 우주의 끝은 빅 크런치인지 빅 프리즈인지 알게될 지는 모르지만.